인사이트 목록
제작기2026-08-157분

판결문 서체는 왜 공개되지 않을까 — 무료 서체 '서초바탕' 제작기

법원만 쓸 수 있는 판결문 서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공개 판결문을 참고해 무료 서체를 독자 제작한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법원만 쓸 수 있는 서체

판결문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특유의 서체 인상을 기억합니다. 차분한 명조 자형, 12pt에 줄간격 250%의 넉넉한 조판. 그런데 이 서체는 법원 내부에서만 사용되고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판결문 위·변조를 막기 위한 조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서면을 '판결문처럼' 보이게 하려고 인상이 비슷한 휴먼명조를 써 왔습니다. 하지만 휴먼명조는 한글(HWP) 번들 서체라 MS 워드에서는 라이선스 문제로 쓸 수 없습니다. 판결문 인상의 서체를 어디서든 자유롭게 쓸 방법이 없다는 것 — 이것이 서초바탕을 만들게 된 출발점입니다.

어떻게 만들었나: 파일 복제가 아니라 독자 제작

서체를 새로 만들 때 법적으로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한국 판례상 글자의 모양(도안)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폰트 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됩니다. 즉 기존 폰트 파일의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변환하는 것은 침해가 될 수 있지만, 인쇄물이나 화면에 표시된 글자의 모양을 보고 새로 그리는 것은 허용됩니다.

서초바탕은 이 원칙을 지켜 제작했습니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 수백 건을 수집해 본문 명조의 자형과 조판 특성(글자 폭, 굵기 대비, 기호 체계)을 관찰하고, 이를 참고해 글자 하나하나를 새로 그렸습니다. 제작 전 과정의 중간 산출물을 기록으로 남겨 어떤 폰트 파일에서도 유래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흥·흉·홍 글자를 서초바탕, 바탕, 휴먼명조, 한컴바탕 네 서체로 비교한 이미지
같은 글자도 서체마다 이응(ㅇ)의 꼭지와 획 대비가 다릅니다

실무 문서 서체로서의 설계 기준

  • 한글 완성형 11,172자 전체 수록 — 이름·지명의 희귀 음절도 깨지지 않도록
  • 판결문 기호 수록 — 원문자 ①②③, 낫표 「」『』, 참고표 ※ 등을 본문 자형과 어울리게
  • 고정폭 숫자 — 날짜(2026. 8. 15.)와 금액(50,000,000원)이 가지런히 정렬되도록
  • 12pt 기준 품질 관리 — 서면 표준 크기(11~13pt)에서 화면·인쇄 모두 또렷하게
  • 임베딩 완전 개방 — 워드 글꼴 포함 저장, PDF 변환, 전자소송 제출에 제약이 없도록

왜 무료로, 왜 오픈소스로 공개하나

서체는 문서에 남아 오래 쓰이는 도구입니다. 라이선스가 복잡한 서체는 쓰는 사람에게 계속 불안을 남깁니다. 그래서 서초바탕은 SIL Open Font License 1.1로 공개했습니다. 개인·법률사무소·기업·관공서 어디서든 무료이고, 수정과 재배포까지 자유롭습니다. 소스와 제작 과정은 GitHub에 공개되어 있으며, 글리프 오류 제보와 개선 제안도 받고 있습니다.

서초바탕은 법원 공식 서체가 아니며, 법원·대법원과 무관하게 독자 제작되었습니다. 다운로드와 실시간 미리보기는 casedock.cloud/font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서초바탕을 만든 CaseDock은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을 자동으로 확인해 변론기일·선고기일을 캘린더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서면을 쓰는 도구가 무료로 좋아지듯, 사건을 확인하는 반복 작업도 자동화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안내: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사건 진행과 관련된 중요 사항은 반드시 법원 공식 기록과 담당 변호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CaseDock 데모 체험하기

회원가입 없이 데모 사건으로 CaseDock의 모든 기능을 미리 경험해 보세요.

데모 둘러보기